이탈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잠깐 들어가기 위해서 지난 2월 초에 부랴부랴 터키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매하였다. Skyscanner에서 검색으로 찾은 결과 Gotogate가 가장 저렴했다.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짜는 2월 21일.
항공권을 구매할 당시 한국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30여 명 내외였고 추가 확진자가 거의 늘어나지 않아 내가 한국에 들어가는 2월 말에는 확진자가 있을지라도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과 함께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파티를 한 것에 대해 한창 기사에서 떠들고 있어서 더욱 안심했던 것 같다.
그렇게 출발날짜가 다가올 때쯤 갑자기 2월 17일경부터 신천지의 확진자로 인해 한국에서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창 들뜬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가족과 열심히 여행용 가방도 싸던 우리는 출발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월 19일. 아무래도 항공권을 취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항공권을 구매한 에이전트사인 Gotogate에 연락을 시도했다. 여기 이탈리아에서 연락하려면 시차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 업무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계속 통화 중이었다. 나와 같이 항공권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려는 사람들로 전화가 난리 난 듯 보였다. 한국에서의 업무 시간이 끝난 후에는 24시간 통화가 가능한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영어로 통화해야 한단다. 그 전화도 전화를 해보니 연결이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메일을 보내서 취소하든 연기하든 시도를 해보는 것이 더 수월하다 판단하고 홈페이지에 있는 취소 문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 놓았다. 한국에서의 코로나 19가 확산 세여서 취소나 변경을 하고 싶다고...
게시판을 글을 남기니 바로 자동 응답메일이 날아왔다. 다음날 15시경까지 메일로 답장을 해주겠단다...
휴~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난 다음 날인 20일까지 기다리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터키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항공사에 취소를 해 줄 수 있는지 전화로 물어봤는데, 항공사는 에이전트사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의 취소 또는 변경은 탑승 전까지 에이전트사의 권한이므로 에이전트사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젠장! 에이전트사는 연락이 안 되고 항공사에서는 탑승권 취소는 안된다고 어쩌란 말인가? 출국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더 조여왔다.
다음날 2월 20일.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가 않았다. 15시가 다되록 메일로 답장이 없었다. 답장 시한이 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맘에 자동메일에 대해 내가 다시 답장을 보내 보았다. 출국 시간이 다 되어가니 얼른 답변을 주라고... 돌아온 메일은 역시나 자동응답 메일... 지금 문의가 폭주해 답변이 지연되고 있단다...
우리 4가족 모두 해 300만 원의 항공권을 날릴 판이었다. 내일이 출국일인데... 그냥 안 가면 300만 원이 날아갈 것이고, 한국에 가자니 폭발하고 있는 코로나 19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나중에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것도 걱정이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3명뿐이라 나름 청정지역이었고, 한국에서 코로나 19를 걸려서 돌아오면 여기 이탈리아 회사에서의 눈총을 따갑게 받아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출국날 2월 21일. 결국 에이전트사 Gotogate로부터는 아무연락이 없었고, 그냥 항공권을 날릴바에야 터키 경유이니 터키나 여행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터키를 10여 년 전에 다녀왔지만 아직 터키를 가보지 못한 우리 가족에게 터키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터키 항공이니 항공권이 발효가 되면 권한이 나한테 넘어오는 것이니 이스탄불에 가서 터키항공에 직접 찾아가 내가 직접 취소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든 2월 21일 로마공항에서 출발하여 터키에 도착하고 터키항공을 찾아가 터키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항공권이 개시가 되었기 때문에 터키-한국, 한국-터키만 따로 취소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실 터키를 여행하고 터키-한국 왕복 항공권은 취소하고 터키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항공권을 유지하고 싶었다. 이참에 터키나 실컷 여행하고 돌아갈 심산이었다. 결국엔 따로따로 취소가 되는 것은 아니고 터키에서 로마로 돌아가는 항공권도 같이 취소가 된다고 한다. 까짓 거 터키-로마 항공권이야 얼마 안 해서 다시 사면되니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모두 취소해달라고 했다.
아뿔싸! 항공권을 취소하게 되면 환불받는 금액은 TAX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온라인 체크인을 하면서 터키항공 홈피에서 변경 불가 티켓으로 체크를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이벤트 티켓이 되어서 환불은 TAX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체크인할 때 돈 조금 아껴보겠다고, 나한테 별다른 일 있겠어 생각하면 체크했는데 그게 독이 된 것이다. 환불받는 TAX도 에이전트사를 통해서 환불이 된단다. 거참. 그놈의 에이전트사는 연락도 안되고... 어디에 하소연하란 말인가?
연락이 안된 에이전트사가 더욱 미워졌다.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건데... 문의전화가 폭주했을 거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동응답만 믿고 기다린 내가 바보였던 것 같다.
취소 불가 티켓을 체크한 것은 내 잘못이더라도 뭐가 되었든지 중간에서 처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 아닌가?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수료도 처먹잖아? 돈을 모두 환불해 주지는 못해도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어쩌구 저쩌구 해서 고객님은 환불을 받지 못합니다.' 이 한마디라고 듣고 싶었다구 이 눔 들아!!! 도대체 연락을 왜 안 해주는 거야??? 너네가 먹은 수수료라도 돌려줘! 너네 한 거 아무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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